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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헬스

’짐승돌’도 1년 기다리게 한 노스페이스 점퍼

by aerobody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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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 옷은 재고가 없고 지금 주문하시면 1년 후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워낙 물량이 달려서요”

최근 분당의 모 백화점에 들러 첫 눈에 쏙 들어온 아웃도어 캐주얼 자켓 하나를 사려고 했던 김영환(가명ㆍ35)씨는 매장 직원의 이 같은 말에 깜짝 놀랐다. 요즘 잘 나간다는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집에서 마음 속에 정하고 아내와 함께 들른 그는 매장에 진열된 그 상품을 보고 바로 사려고 했으나 현재 재고품목이 없다는 말과 함께 무려 1년씩이나 기다려야 살 수 있다고 하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사려고 했던 옷은 진열돼 있던 붉은색의 ‘히말리얀 파카’ 점퍼로 가격은 무려 69만원에 달했다. 이 진열된 옷 마저도 이미 예약된 상품이라는 것.




보기에는 생활 주변에서 흔히 입을수 있는 옷으로 생각한 김 씨는 가격도 왠만한 전자제품 수준인 것에 놀랐지만, 무슨 옷이길래 도대체 예약을 받아서 1년 후에나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발길을 돌린 김 씨는 그 백화점 주변 다른 매장에 다시 들러 알아봤지만 거기에도 원하던 제품은 없었다. 직원이 전화로 또 다른 매장에 재고여부를 확인까지 친절하게 해줬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여전히 다른 옷을 사기에는 마음 한 켠 편치않았던 김 씨는 며칠 후 그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알아봤다. 회사 담당자는 “그 제품의 경우 일부 한정된 마니아만을 위한 제품이라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 고 했다. 그리고는 “각 대리점 사장들이 제품을 추가로 요청해 오면 총괄해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기간도 거의 1년이 소요된다” 며 “요즘 인기있는 한 연예인의 경우에도 추가 예약해 1년을 기다려 입었다” 는 답변을 해줬다. 특히 올해의 경우 품절이 심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시중 백화점에 진열해서 판매하는 의류인데 일부 마니아만을 위한 제품이라고 소량생산해 1년씩이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가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산악전문가들만 찾는 매장도 아닌 곳에서 버젓이 진열해 팔면서 일반 구매 희망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 또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여겨져 거슬린다” 고 했다. 옷의 디자인 등이 굳이 전문 마니아용이 아니고 일반인이 아웃도어용으로 입어도 괜찮은 스타일이라 김 씨로서는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등산이나 가벼운 산책을 할 때도 즐겨입는 캐주얼 아웃도어 의류는 이제 왠만한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다. 특히 노스페이스의 경우 가격이 40만, 50만원에서 심지어 60만원도 넘지만 그래도 많이 찾는다.

이러한 고가에도 불구하고 특히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에게 이 브랜드는 경쟁적으로 ‘입어줘야’ 하는 옷이 돼 버렸다. 성인 양복의 2~3배에 달하는 가격이어서 청소년들이 입기엔 사치나 다를 바 없지만 사춘기의 예민한 학생들에겐 하나씩은 꼭 입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실에다 벗어두면 바로 분실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A고등학교 1학년의 B군은 최근 체육시간에 47만원짜리 검정색 노스페이스 자켓을 분실했다. 체육시간이라 자신의 의자에 옷을 벗어놓고 모두가 운동장에 나갔다 온 사이 없어진 것이다. 갖고는 싶어도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하다보니 생기는 슬픈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목격한 급우 C군은 그동안 부모를 졸라 같은 40만원대의 자켓을 사려던 생각을 접었다. 친구가 그 비싼 옷을 분실하는 것을 본 C군은 도저히 입을 자신이 없어 서운한 생각도 들지만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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